만일 네 힘이 아무리 기도해도 어쩔 수 없다면 그래도 괜찮아. 그땐 내가 샤먼킹이 되어서 어떻게든 해줄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나는 이 남자를 사랑해버렸다.
믿는 것을 포기한 소생의 그 행동이야말로 인간의 어둠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샤먼 가문에서 태어난 아사쿠라 요우는 어느 날 할아버지 요우메이에게 "네 신부가 정해졌으니 만나러 가라."는 말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런 그의 앞에 고양이 영물 마타무네가 나타나 같이 아오야마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신부라고 하는 쿄우야마 안나를 만나지만 죽으라는 말만 듣고 시무룩해 있던 요우는 원념의 집합체인 "오니"와 마주쳐 정말로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오소레잔 르 보와르는 샤먼킹의 아사쿠라 요우와 쿄우야마 안나가 처음 만날 당시의 과거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건 TV시리즈에 포함된 에피소드가 아닌 극장판으로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러기에는 길이가 좀 짧다.)
전작 샤먼킹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루지 못해 드라마 CD로 나온 적이 있으나, 2021년판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드디어 영상화가 결정되었다.
마타무네의 성우도 드라마CD에서처럼 타나카 히데유키가 맡아 기존 팬들도 많이 기뻐한 모양이다.
바람의 검심 추억편도 그렇고 베르세르크 황금시대편도 그렇고 어째 만화에서 회상하는 과거 이야기는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
샤먼킹 작품 자체는 예전에 나왔을 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이 나온 걸 보다보니 최근에는 푹 빠지게 되었다.
에피소드 중간중간에 나오는 마타무네의 시, 요우와 처음 만났을 당시의 안나의 모습, 작가 타케이 선생의 깨알 같은 유머 등이 백미였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건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다. 내내 눈이 내리다가 요우가 떠날 때 맑은 날씨가 되는 것도 어쩌면 꽁꽁 얼었던 안나의 마음이 녹았다는 상징이 아니려나 싶다.
애니메이션 작화는 처음 부분에 좋았으나 3번째에 작화붕괴가 좀 일어난 것 같았고
액션이 많이 아쉬웠지만 연출은 그런대로 좋았다.
샤먼킹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 하야시 유키의 음악은 훌륭했다.
성우들 역시 마타무네 역의 타나카를 비롯해 안나 역의 하야시바라 메구미, 그리고 이번 리메이크로 교체된 요우 역의 히카사 요코 역시 몰입감 있는 열연을 선보였다.
"불신과 믿음"이라는 명확한 주제 역시 마음에 들었다.
새해참배를 같이 가려다가 원념이 흘러들어와 인간불신에 휩싸여 오오오니를 만들어낸 안나. 그녀를 구하러 가는 길에 마타무네는 요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지닌 마음의 어둠의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전쟁에 휘말리는 사람들, 슬픔을 짊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헤어릴 수도 없을 갖가지 업들.
그 모든 일들의 원인은 바로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설령 아무리 배신당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믿는다면 적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시를 읊는 모습도 그렇지만 마타무네는 명대사 제조기다. 서로 편을 가르고 불신이 판치는 이 시대에 마타무네의 말은 더욱 마음 속에 크게 울려퍼진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 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타인을 믿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설령 호구 소리를 듣는다 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vxQh9UZSA
https://www.youtube.com/watch?v=iIkSC-i1sG4
작중 마타무네의 시를 가사 삼아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카피타로우가 2차 창작으로 작가 타케이 히로유키에게 허락받아 오소레잔 르 보와르라는 동명의 노래를 만들어 업로된 적이 있다.(보컬은 하츠네 미쿠)이후 "쿄우야마 안나"라는 유저가 안나의 일러스트 위에 안나 목소리로 해당 노래를 부른 것을 업로드 했다. 업로드가 된 영상에 대해 한동안 그 보컬이 안나 성우다 아니다로 화제가 되었으나, 결국은 그 보컬이 안나 성우인 하야시바라 메구미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 이 곡은 그녀의 정식 앨범에도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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