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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리뷰

[리뷰]점선을 따라 찢어라(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by 라일락4727 2024.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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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절대 없어지지 않아.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훈장 같은 거야. 스티커 문신처럼 없앨 수 없어.무섭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기도 해. 그게 인생이야
 

 


 
다소 시니컬하고 사회적 불안을 느끼는 만화가 제로는 자신의 양심이야기를 하는 아르마딜로와 함께 로마로 떠나며 이것저것을 회상한다.
과외했던 학생들,어릴 적 다니던 학교 선생님,중간에 합류하는 친구 사라와 세코,
그리고 좋아했던 알리체라는 여사친.


 

"점선을 따라 찢어라"는 2021년 10월 로마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같은 해 11월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총 6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피소드 한 편당 16~22분 정도 된다.
이탈리아 만화가 제로칼카레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작화가 깔끔했고 제로칼카레 특유의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다. 내내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은 좀처럼 보지 못해서 신선했다. 애니메이션 연출은 어쩐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주로 사회부적응자가 느낄 만한 것들을
여러 은유를 써가며 위트있게 풀어내는 게 재밌었다.

 

특히 "선생님에게 있어 너는 수많은 아이들 중 한 명일 뿐이고 특별할 게 없어."라는 사라의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듯 하다.
정신줄 놓다간 물건들에게 소파를 점령당한다는 대목도 방이 항상 어지러지는 나로서는 크게 공감되었다. 이런저런 내레이션이 지루해질 즈음 마지막화에 이르면서 반전이 나오고 작가가 말하는 것도 명확해진다.

 

오프닝 영상에서 제로는 점선에 따라 종이를 찢어서
완벽한 자신을 만드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현재의 "원하지 않았던 자신"이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들은 점선에 따라 잘 찢었을까?

 

"우리도 바보야. 우리의 삶을 자꾸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잖아.
점선에 따라 완벽하고 깔끔하게 잘라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멀리서 보기에 그렇게 보이는 거고
사실 무의미한 종잇조각을 보고 있는걸지도 모르지.
우리가 갖춰야 했던 모양이 아닐 수도 있어."

자신이 부러워하는 점들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도 나름의 고민 여러개를 안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이런 일은 의외로 흔하다. 우리는 지나치게 미디어에 노출되어서인지 개가 할일 없이 뼈다귀를 물어뜯듯 괜히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이 싸움이 계속 되는 일인지 아니면 끝난 일인지는 몰라도 엉망인 채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깔끔하고 성공한 팀'에 못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래도 우린 모닥불 주변에 앉아서 기억한다. 어떤 종이든 온기를 준다는 것을. 가끔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안 그럴 때도 있고."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절대 개인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인정해야한다. 하지만 제로의 말대로 그건 우리가 갖춰야 했던 모양이 아닐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7XzkO_CmM